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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서 안전을 위한 장치로 크루즈 컨트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 등록일2018-09-05 08:41:22.38
  • 조회수829
  • 분류HMG 소식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은 우리 말로 정속주행장치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지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정한 속도’입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일은 엔진에서 만들어진 힘을 변속기, 드라이브 샤프트를 거쳐 바퀴에 전달해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일정한 속도로 돌도록 제어가 필요합니다



사실 이 기술이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된 일로, 18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의 발명가이자 공학자였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에 적용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방적기 등을 돌리려면 증기 기관이 같은 속도로 돌아야 했기에, 이전부터 쓰이던 회전 제어기를 개조해 출력과 회전수를 유지했던 것이지요. 나중에 등장한 자동차 역시 엔진을 돌려 힘을 얻는 기계이기에 1900년대 초반부터 같은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엔진의 회전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차의 속도를 유지하는, 현대적인 개념의 크루즈 컨트롤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에 개발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개발 일화입니다. 발명가이자 시력장애가 있던 랄프 티토는 그의 변호사가 운전 중에 대화를 나눌 때면 속도 조절을 못해 빠르게 혹은 느리게 달리는 것이 많이 불안했답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더욱이 그랬겠지요. 결국 그는 운전자가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아도 차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고, 1958년 크라이슬러의 ‘임페리얼’이라는 차에 처음 탑재됐습니다. 



위의 그림은 1958년 크라이슬러 임페리얼에 적용됐던 초기 크루즈 컨트롤의 도안입니다. 초기 크루즈 컨트롤도 생각보다 메커니즘이 복잡했습니다. 대시보드에는 속도 조절과 고정용 스위치가 있었습니다. 차의 속도계 케이블에 기어로 연결된 제어기가 회전하는 동안, 크루즈 컨트롤 속도 조절 스위치를 돌리면 제어기와 연결된 링크를 움직여 엑셀 페달에 연결된 케이블을 당겨 더 많은 연료가 엔진으로 들어가게 만듭니다. 차의 속도가 바뀌는 것이지요. 원하는 속도가 되었을 때 고정용 스위치를 누르면 제어기와 연결된 링크에 걸쇠가 걸리며 같은 속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물론 고정 스위치를 다시 누르면 제어기와 엑셀 페달 케이블의 링크가 끊어지며 속도가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조금 더 저가인, 원하는 속도에 도달했을 때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공으로 스로틀을 유지하는 방식이 나오는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전자식 메모리를 이용한 크루즈 컨트롤은 1960년대 후반에 처음 나왔는데, 이는 자동차를 제어하는데 쓰인 첫 전자장비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 쏘나타 1세대에 처음으로 크루즈 컨트롤이 들어갔습니다. 이후 그랜저를 포함한 고급차 중심으로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최근의 크루즈 컨트롤은 바퀴의 회전수로 차의 속도를 파악해 스로틀 케이블을 직접 당기거나, 전자식으로 엑셀러레이터 페달이 달린 차량의 경우 프로그램에 의해 완전 자동으로 제어합니다. 프로그램에 의한 제어가 가능하려면 엔진에 걸리는 부하와 차의 속도, 변속기의 현재 기어 단수 등 꽤나 많은 부분을 따져야 합니다. 버튼 하나 눌러서 작동하는 장치 뒤에 많은 수고가 담겨있는 거지요. 예를 들어 시속 80km로 달리다가 언덕을 만나면 차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엑셀 페달을 밟듯 차도 가속을 시작해야 하죠. 이때 엔진의 힘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기어를 낮은 단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반대로 내리막에서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엔진에 보내는 연료를 차단해 엔진 브레이크를 걸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기어를 한 단 더 내려 저항을 더 크게 만듭니다. 다만 스마트 기능이 없는 크루즈 컨트롤은 엔진과 변속기 등만 제어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지는 않습니다. 한계가 분명히 있는 것이지요. 

당장 “맨날 막히는 길이라 크루즈 컨트롤은 쓸모가 없다”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크루즈 컨트롤은 오랫동안 달려야 하는, 한번 달리면 거리가 길고 길게 뻗은 길이 많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그곳에서 잘 쓰이는 장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차가 적은 자동차 전용도로나 지방에 많이 늘어난 2차선 국도 등 쓸 곳은 많습니다. 여기에서 엑셀 페달을 계속 밟고 있어야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또 자신도 모르게 제한 속도를 넘어 단속되는 위험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운전자가 엑셀 페달을 밟아도 일정 속도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는 스피드 리미터 기능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이 속도를 줄여야 안전한 코너에서도 그대로 달린다는 점입니다. 엔진 힘이 항상 나오는 터라 길이 미끄러울 경우 바퀴가 헛돌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너무 편하다보니 운전자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차의 속도가 유지되다 보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거나, 졸음 운전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지죠. 마냥 편하게 달리는 것이 안전에는 최선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다음에 소개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입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등장 



SCC는 단순히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앞차의 주행 상황에 따라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그리고 간격을 얼마나 벌릴 것인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앞차와 정해진 거리가 아니라 속도에 따른 거리를 계산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차간 거리가 짧은 1단계를 5m로 고정할 경우 충분한 제동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속 60km일 때와 100km로 달리고 있을 때 멈추기 위한 시간과 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앞차와의 상대 속도에 따른 시간을 간격 설정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1단계는 1초, 2단계는 2초, 3단계는 3초 간격을 두는 식입니다. 그래서 설정한 속도가 높아지면 도달하는 시간에 따라 거리를 더 벌리게 됩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재는 SCC 덕분에 추가될 수 있었던 안전 기능이 전방 충돌방지(FCW) 및 긴급제동(AEB)입니다. 전방 충돌방지 기능은 현재 달리고 있는 주행 속도를 바탕으로 차가 멈출 수 있는 거리를 미리 설정해 놓고, 앞차와의 거리가 기준치 이상으로 갑자기 가까워질 경우 경보음을 울립니다. 그래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때는 긴급제동 기능이 발동해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주는 겁니다. 기능에 따라서 완전히 멈추는 것도 가능하죠. SCC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능입니다. 

사실 자동차에 쓰인 모든 전자장비는 상황을 파악하는 인지,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판단, 실제로 기계 장치를 조작하는 제어의 3단계를 거칩니다. 인지 단계에서는 앞차와의 거리를 재기 위해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가 쓰입니다. 또 위에 언급한 것처럼 차의 각 부분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신호들, 주행 속도, 엔진 회전수, 기어 단수, 심지어 노면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온도와 와이퍼 작동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 제어는 상대적으로 과거의 크루즈 컨트롤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엔진 출력을 조절하고 급감속을 한다면 브레이크 램프를 켜는 등의 조작도 필요하죠. 가장 중요한 것은 판단 단계입니다. 여러 센서에서 정보를 모아 자동차 및 주변 상황을 구분하는 것부터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명령까지 하는 두뇌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이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입니다. 여기서는 업그레이드된 판단과 제어 기능이 필요합니다. 스톱 앤 고(Stop and Go) 기능이 그 중 하나인데요. 말 그대로 앞차에 맞춰 완전히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만약 3초 이내에 앞차가 움직인다면 알아서 출발하지만, 이 시간을 지나면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살짝 눌러주거나 엑셀 페달을 밟아야 다시 ASCC가 작동 상태로 바뀝니다. 어쨌든 사람의 조작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과거 고속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크루즈 컨트롤의 역할이 훨씬 확장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내비게이션의 지도 정보를 더해 더욱 세심한 기능을 갖추기도 합니다. 기아자동차 더 뉴 ‘K9’에 처음 쓰인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C)은 앞에 달리는 차가 없더라도 심하게 굽은 길이 나올 때는 휘어진 정도에 맞춰 자동으로 속도를 낮춥니다. 안전한 달리기가 가능한 것은 물론 몸의 쏠림을 줄여 승차감도 좋아집니다. 또 주행 중에 도로의 제한 속도가 바뀐 상황에도 반응합니다. 제네시스 ‘EQ900’에 처음으로 쓰인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기능은 제한 속도 110km/h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100km/h로 바뀐 경우에 자동으로 차의 속도를 10km/h 줄여 줍니다. 이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한 속도 110km/h인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130km/h로 맞추었다고 해도 카메라가 나오면 자동으로 속도를 110km/h로 줄이고 이를 지나면 다시 가속합니다. 현재 HDA는 현대 그랜저, 기아 K7과 K5 등에도 장착이 가능합니다. 

사실 NSCC-C나 HDA는 지도 데이터가 정밀해야 가능한 기능입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이기 때문에 도로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해외로 반출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맵의 지도와 국내 포털이나 내비게이션 업체에서 제공하는 지도의 수준 차이가 생깁니다. 수입차에 들어가는 지도 정보와는 정밀도가 다르기에 자율주행 기능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크루즈 컨트롤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처음에는 주행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크루즈 컨트롤이지만 현재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장비가 되었습니다. 이 기능이 발전을 거듭할 수록 자율주행의 시대 역시 가까워질 것입니다. 물론 위에 쓴 인지-판단-제어의 각 단계마다 기술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먼 훗날 크루즈 컨트롤은 자율주행차의 첫 발걸음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출처. HMG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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